"특허는 법이지만, 데이터로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."
이 글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특허청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고, 그것을 인포그래픽·블로그·리포트 등 콘텐츠로 시각화하는 방법에 대해 정리한 실전 안내서입니다.
🗂️ 1. 특허 데이터, 그냥 넘기면 아까운 금광이다
‘특허’라고 하면 대부분은 법률문서나 전문 기술인들만의 세계로 느낍니다. 하지만 특허는 공공정보입니다. 그것도 아주 정제된 상태의 고품질 산업 데이터죠. 전 세계의 기업들이 어떤 기술을 개발했고,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텍스트, 코드, 날짜, 분류 체계까지 다 붙여서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데이터셋입니다.
한국에서는 KIPRIS(특허정보넷), WIPS ON, 특허청 Open API, WIPO Patentscope, Espacenet(유럽 특허청)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무료 또는 일부 유료로 접근이 가능하며, 기술명, 출원번호, IPC 코드, 출원일, 출원인, 초록(요약) 등의 정보가 포함됩니다.
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단순히 ‘누가 뭘 발명했나’를 넘어서,
- 특정 기술 분야의 출원 추이
- 경쟁 기업 간 기술 전략
- 특정 국가의 기술 집중도
- 산업 내 파생 기술의 흐름
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.
예를 들어 ‘수소차 배터리 기술’이라고 검색했을 때, 2018년부터 2023년 사이 국내외 주요 기업의 출원 패턴을 보면 현대차가 내연기관 대체 시스템 → 연료전지 관련 센서 → 배터리 안전장치 →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기술 포트폴리오를 옮겨가고 있다는 흐름이 보입니다.
즉, 특허 데이터는 단지 과거의 기술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,
‘기술이 어디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예측하는 지도’가 될 수 있습니다.
그리고 그 지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.
보는 눈과 활용할 줄 아는 손만 있다면요.
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기술 트렌드 대부분은, 이미 특허 데이터 안에서 먼저 예고되고 있었습니다.
무엇을 먼저 읽어내느냐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입니다.
📊 2. 이렇게 보면 보인다 — 특허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3가지 핵심
‘기술’은 어렵습니다. ‘특허’는 더 어렵죠. 그래서 이 복잡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면 ‘눈으로 보이게’ 만들어야 합니다. 바로 시각화 콘텐츠의 출발점입니다. 특허 데이터를 잘 시각화하면, 기술 보고서, 리서치 블로그, 투자 분석 자료 등 다양한 형태로 응용할 수 있습니다.
시각화할 때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:
① 기술 흐름은 ‘타임라인’으로
특허의 핵심은 시간입니다.
언제 어떤 기술이 등장했고, 누가 먼저 출원했으며, 이후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연도별 누적 그래프는 가장 직관적인 방식입니다.
예시:
- “AI 음성인식 관련 특허, 연도별 출원 추이 (2015~2024)”
- 바 그래프 + 선 그래프 + 기업별 색상 구분 → 경쟁사의 기술 주도력 비교 가능
② 기술의 범위는 ‘분류체계’로
특허는 ‘IPC 코드(국제특허분류)’로 기술의 성격이 나뉩니다.
예: A61 → 의료기술, B60 → 운송기술, H04 → 통신기술 등
이를 통해 어떤 기술군에서 출원이 집중되고 있는지 도넛 차트, 히트맵 등으로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.
예시:
- “2023년 국내 특허 출원 기술 분포” → IPC 기준 분류 비중 분석
- 디자인 → 파이 차트, 설명은 키워드 클라우드 형태
③ 핵심 키워드는 ‘텍스트 분석’으로
특허 초록(요약문)이나 제목 데이터를 모아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적용하면,
AI, 친환경, 블록체인, 배터리 등 핵심 키워드들이 어떤 기술 안에서 반복 등장하는지 워드클라우드, 네트워크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.
예시:
- “자율주행차 특허 요약 키워드 클라우드”
- ‘센서’, ‘신호처리’, ‘충돌방지’, ‘딥러닝’ 등이 중심어로 시각화됨
이러한 시각화는 리서치 보고서의 설득력을 높이고, 발표용 자료나 블로그 콘텐츠로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.
기술을 설명하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방식은, 숫자가 아니라 그림입니다.
보이게 만드는 순간, 이해는 단숨에 따라옵니다.
한 장의 도식이 수십 줄의 설명보다 빠릅니다.
시각화는 기술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.
🧠 3. 누구나 할 수 있다 — 실전 활용 가이드와 응용 팁
여기까지 읽고 나면 ‘하지만 난 데이터 시각화도, 특허도 잘 모르는데…’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.
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. 실제로는 이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고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.
- 기본 준비물
- 특허 데이터 수집: KIPRIS에서 엑셀 다운로드 (출원번호, 날짜, 요약 등)
- 가공 도구: Google Sheets, Excel, 또는 Python(pandas, matplotlib)
- 시각화 도구: Flourish, Datawrapper, Canva 인포그래픽 템플릿, 또는 Tableau Public
실전 활용 예시
- 스타트업 발표자료: “우리 기술이 트렌드에 맞는 이유” → 경쟁 특허 출원 추이 그래프
- IR 피치덱: “우리가 선점한 기술 영역” → 키워드 맵 + 주요 경쟁사 출원 비교
- 브런치/블로그 콘텐츠: “이번 달 기술 트렌드 리포트” → IPC별 분야별 Top 5 분석 그래픽
- 졸업논문/연구과제 참고자료: “특허 기반 기술 동향 리서치” → 객관적 수치 + 시각화 결과 첨부
또 하나의 팁:
특허청 공공데이터는 누구나 자유롭게 재가공할 수 있는 오픈 라이선스를 갖고 있어,
카드뉴스, 유튜브 영상, 리서치 레터 등 다양한 2차 콘텐츠 제작에도 제약이 없습니다.
결국 중요한 건 ‘정보가 아니라, 해석’이고, 해석은 시각화로 시작된다는 점입니다.
데이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,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이 결국 ‘기술을 읽는 사람’입니다.
기술은 언제나 빠르게 앞서가지만, 그 흐름을 정리해 보여주는 건 어렵고 복잡합니다.
하지만 특허 데이터는 그 흐름을 가장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‘산업의 발자국’입니다.
그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, 우리가 몰랐던 기술의 역사, 시장의 움직임, 경쟁사의 전략까지
모두 데이터라는 언어로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.
기술은 기록으로 남고, 데이터는 시각으로 남습니다.
그리고 그 시각이 미래를 읽는 힘이 됩니다.
기술의 중심은 정보가 아니라 해석입니다.
해석의 출발은, 데이터가 아니라 시선입니다.